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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바로 거기서 부터였다. 주정수의 낙원 설계는 그보 덧글 0 | 조회 120 | 2021-05-31 21:14:54
최동민  
하지만 문제는 바로 거기서 부터였다. 주정수의 낙원 설계는 그보다도 더욱 완벽하고 신념에 찬 것이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게다가 그는 이제 일차 공사를 치른 경험을 통해서 보다 충분한 자신까지 얻고 있었다.원장의 지시는 지체 없이 하달되었다. 보행이 불가능한 신체 부자유자를 제외한 병사 지대 7개 마을 5천여 원생들은 오전 10시까지 빠짐없이 중앙 공원 광장으로 집결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그러고 나서 원장은 곧 그가 이 섬 병원에 온 후로 모처럼 첫 조회 행사를 부탁했다. 한번도 공식 모임을 마련한 일이 없는 탓도 있었겠지만, 원생들 앞엘 나서기전에 그로서도 직원들에게 먼저 할 말이 있었을건 당연한 순서였다. 원장은 그 모처럼의 직원 조회에서부터 좀 심상치 않은 연설을 했다.“”보건과라. 보건과라는 데선 뭘 하오?눈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땅과 바다가 완전히 모습을 바꾸고 있었다. 늘펀하게 바다가 드러누워 있어야 할 그곳에 330만 평의 광활한 대지가 새로 솟아올라와 있었다. 해변 위에 점점이 뿌려져 있던 섬들은 이제 한낱 보잘것없는 언덕이 되어 지표 위에 납짝 엎드려 있었고, 벌판은 거기서도 아직 눈길이 아득할 만큼 먼 대안의 산기슭까지 펼쳐지고 있었다. 절강터를 비집고 들어선 물줄기가 그 넓은 벌판을 순례자처럼 이리저리 휘돌아나가고 있었다. 둑 바깥쪽 해면에는 눈에 익은 만재도가 사라지고 없는 것도 보는 사람의 감회를 새롭게 했다. 만재도가 떠 있어야 할 해면 위엔 엣 섬의 흔적으로 일부러 남겨진 석주 하나가 하얗게 가물거리고 있을 뿐이었다.하지만 원장님께선 지금까지 한번도 그 철조망을 생각해보신 일이 없으셨을 줄 압니다. 원장님의 그 천국에 대한 신념은 차라리 어떤 신성 불가침의 계시처럼 언제나 확고부동한 것이었으니까요.“이력이라뇨?”“모두들 기다릴 수가 없는가보오.”조원장은 상욱의 이러한 비판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당국의 교묘한 술책에 말려 결국 절강제를 치르지 못하고 소록도를 떠나고 만다. 그 후 소록도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득량만은 그대로 방치되
흥분한 원장이 어는 틈에 허리께의 권총을 뽑아들고 소리치고 있었으나 장로들은 뒤도 한번 돌아 않은 채 휑하니 공회당을 나가 버렸다.마침내 열 두시가 되었다. 그리고 예정대로 병사 지대에선 밤을 새운 일곱 개의 건의함이 병원 본부의 원장 부속실로 운반되어 왔다. 건의함 도착과 함께 병원 간부들도 빠짐없이 부속실로 모여들었다. 물론 원장의 사전 지시에 의해서였다. 원장은 곧 부속실로 나와서 말없이 일곱 개의 건의함에 대해 이상유무를 확인했다. 부속실은 마치 총선거를 치르고 있는 선거 관리 사무실처럼 분위기가 무거웠다. 투표함을 개함하기 직전의 침묵 같은 것이 부속실을 짓누르고 있었다. “자, 하나씩 열어봅시다.” 원장의 한마디는 마치 개표 선언을 하는 선거 관리 위원장의 그것처럼 엄숙했다. 드디어 첫 번째 상자가 개함되었다. 직원 지대에서 제일 가까운 장안리 지역 상자였다. 한데 이상한 일이었다. 첫 번째 상자에는 아무 것도 들어 있는 것이 없었다. 기대와 의구로 부속실을 기묘하게 긴장시키고 있던 장안이리 건의함에는 원생들의 투서커녕 빈 휴지조각 한 장 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럴 리가? 당황하기는 병원 직원들도 원장이나 매한가지였다. 그럴 리가 없다는 듯 직원들은 잠시 말을 잃은 채 서로 얼굴들만 쳐다보고 있었다. 상자를 열기 전보다도 좀더 무거운 분위기가 부속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담 걸 열어보구레!” 원장이 마침내 두 번째 상자의 개함을 명령했다. 목소리에 그 관서 사투리의 강한 억양이 뒤섞이고 있었다. 이번에는 구북리 쪽 상자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건의함 속에는 역시 휴지조각 한장 들어 있는 것이 없었다. 원장의 거무튀튀한 얼굴이 순식간에 벌겋게 상기되고 있었다. 하지만 원장은 얼굴 색만 벌겋게 상기될 뿐 따로 할 말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입을 꾹 다문 채 묵묵히 다음 상자의 개함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안타까워 못 견디겠다는 듯 의료부장 김정일이 뛰어들어 성급하게 상자들을 열어 젖히기 시작했다.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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